닫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제 1245대 장관 유인촌

연설문

2008 서울 디지털 포럼 특별연설
연설일
2008.05.07.
게시일
2008.05.09.
붙임파일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인촌입니다.

제5회 ‘서울 디지털포럼’(SDF) 행사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뜻깊은 자리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마술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제 손을 보십시오. 무엇이 있습니까.

부드럽고 따뜻한 게 느껴집니다. 뭔가 꿈틀거립니다. 잘 간직한 알인가요. 갓 부화한 병아리 같기도 하네요. 고요 속에서 포도주가 숙성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빵이 부풀어 오르네요.

마술의 비밀을 알아채셨군요. 뭔가가 살아 있습니다.(“Something else is alive”) 느끼는 만큼, 상상하는 만큼, 뭔가가 살아 있습니다.

이 손을 꺼내든 이유는 박수를 치기 위해서였습니다. 여러분들이야말로 상상력의 마술사들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께 박수를 보냅니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누구이십니까. 한 분 한 분이 다 상상력의 연금술사들이십니다. 일일이 거명하지 못하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영화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별 다섯 개를 얻습니다. 저는 지금 수십 수백 명의 ‘상상력의 스타’ 앞에 서 있습니다.

생쥐가 쇠뿔 속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모기가 쇠뿔에 침을 찌를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은 그것을 하고 계신 분들입니다.

상상력의 은하수가 보입니다. 아름다운 자리입니다.

여러분들은 상상력의 힘으로 ‘드림 소사이어티’(꿈의 미래사회)를 앞당기고 있는 뉴 밀레니엄의 돈키호테들입니다. 친애와 연대의 마음을 표하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참석자 여러분.

SDF 2008의 대주제는 ‘상상력’입니다. 여기에 T.I.M.E.(Technology, Infmation, Media Entertainment) 그리고 우주’라는 소주제들로 구성돼 있습니다.(주제마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실제로 우주에 다녀오신 유진 서난 아폴로 17호 선장님, 어디 계시나요? 우주에서 보면 Technology, Infmation, Media Entertainment의 경계가 있던가요?

모든 지식과 산업의 경계가 없어진 시대입니다. 이 모두를 통째로 아우르는 상상력만 있을 뿐입니다.

젖은 종이로 호랑이를 묶을 수 있습니까. 그 반대입니다. 자유롭게 날아가는 새떼들이 태양을 포획하더군요. 새떼들은 그물을 치듯, 태양을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날아갑니다.

저는 걷기 마니아입니다. 오래 걷다보면 그런 장면을 보게 됩니다. 제가 헛것을 보았을까요.

배우가 완벽하게 한 역할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수십번, 수백번 대사를 읽고 또 읽습니다.

한번은, ‘햄릿’을 연습할 때였습니다. 많은 밤을 노력했지만 저는 완전한 햄릿이 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가슴이 조여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순간 옆자리를 돌아보니 그 곳에 햄릿이 와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너 어디 갔다 왔니?”라고 물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상상력으로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나드는 분들이십니다. 경계를 지우는 분들이십니다.

존경하는 참석자 여러분.

대한민국 역사에서 최고의 종은 에밀레종입니다. 천년왕국 신라의 수도, 경주라는 곳에 지금도 있습니다.

종은 대개, 처음 때렸을 때의 ‘땡’ 하는 소리가 유용하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첫소리를 쇳소리로 치부합니다. 한국인들은 쇳소리 이후, 맥놀이(여음, 잔향)를 중시합니다. 종이 자신의 몸과 마음의 떨림을 표현하는 소리, 길고 깊은 소리를 사랑합니다.

그림에서도 한 획을 중시합니다. 나머지는 여백으로 남겨 둡니다. 그림 앞에서 상상하는 사람들이 그림을 완성합니다.

한국은 여음과 여백의 나라입니다. 여러분들이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나라입니다. 여러분들이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우리의 IT기술이 도와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소프트파워가 강한 창조문화국가’를 문화정책의 비전으로 삼았습니다. 한국이 창출한 새로운 콘텐츠가 인류에게 기쁨주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귀빈 여러분.

언제든 제게 여러분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귀뜸해 주십시오. 대한민국이 상상력의 우주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저는 빈손으로 왔다가 이렇게 맞잡은 손으로 떠납니다.

이 안에 여러분의 상상력이 담겨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