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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제 1233대 장관 유인촌

연설문

우정과 믿음을 남기고 갑니다
연설일
2008.02.29.
게시일
2008.02.28.
붙임파일
‘우정과 믿음을 남기고 갑니다’



존경하는 문화관광부 가족 여러분!



저는 문화관광부 장관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시간과 책무를 마치고 이제 정든 문화관광부를 떠납니다. 저의 정책 지향점인 ‘당신의 행복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입니다’를 남기면서 물러납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수많은 도전과 시련이 있었고, 어려웠던 순간도 기뻤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부족한 저와 함께 하면서 열정과 헌신의 모습을 보여주신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비로소 전합니다.



저는 문화정책과 행정을 통할하는 위치에 서서 몇 가지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였습니다. 여러분과 저를 잇는 깊은 우정이 이들 원칙 위에서 깊이를 더해 왔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큰 긍지로 남을 것입니다. 나아가 그 원칙들은 여러분과 동고동락 하면서 이끌어낸 소중한 진전이라고 믿습니다.



국민의 신뢰에 대한 성찰은 원칙 중에서도 근간이었습니다. 문화관광부는 크고 작은 정책과 사건의 굴곡에서 일관된 원칙을 견지함으로써 한층 성숙해졌으며 국민의 신뢰를 꾸준히 회복하였습니다. 정책의 성패가 국민의 신뢰에 달려있다는 겸허한 마음가짐만이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길입니다.



문화정책을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원칙입니다.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은 결정하고 집행하는 시점에서 20~30년이 지나야 결실을 맺습니다. 문화는 그것을 창조하는 역량과 향유하는 역량이 오랜 시간 상호작용을 거치면서 점진적으로 진화하기 때문입니다. 긴 안목과 뚜렷한 철학, 그리고 황소처럼 우직하고도 쉼 없는 발걸음이 필요합니다.



문화와 경제, 이 둘을 하나의 인식 틀 속에서 살피고 균형을 잡는데도 여러분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융합의 시대에 경제만으론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발전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문화와 결합하고 문화가 받쳐줘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산업적 연계 및 확장성을 배제한 문화도 편협합니다. 저는 취임사를 통해 개인의 행복에 기여하는 문화의 본질적 영역으로서 ‘친구의 손길’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의 도구적 영역으로서 ‘상인의 후각’을 함께 제시한 바 있습니다.



문화관광부 가족 여러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감동을 드리는 행정입니다. 베이징 올림픽 핸드볼 아시아 지역 예선 재경기에서 이런 감동이 있었습니다. 우리 대표팀의 승리보다 그 승전보가 있기까지의 과정이 더한 감동을 만들었습니다. 우리 부는 경기 비용을 지원하는 외에도 일본에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시사회를 가져 교민사회의 관심을 모았고, 관광업계와 연계하여 현지응원단 모집을 위한 이른바 ‘번개상품’을 팔았습니다. 이같은 노력들이 맞물려 경기장을 압도한 “대~한민국” 함성으로 이어졌습니다.



‘수능 후 100일 문화대작전’도 국민과 소통하는 형태입니다. 문화예술계 생산자와 수험생들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도록 문화난장을 펼쳤습니다. 시험에 지친 수험생들은 공연, 전시, 영화, 스포츠로 감성을 채우고, 생산자들은 내일의 소비자들과 상견례 하는 자리입니다. 이 행사를 통해서 받은 문화의 감동이 담긴 사연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웹2.0’의 시대에선 그만큼 정부와 국민 사이의 소통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국민에게 감동을 드리기까지는 문화, 체육, 관광이 한 몸처럼 어울리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이들을 따로 떼어놓았다면 감동도 반감되었을 것입니다. 감동을 이끌어내고 전달하는 것이 문화산업의 본령일진대, 문화 체육 관광의 연계는 앞으로 문화산업의 발전을 준비하고 대응함에 있어서 중요한 시사점이 됩니다.



문화관광부 가족 여러분!



저는 문화행정의 과학적 접근과 인프라 구축, 이 두 가지를 놓치지 않을까 늘 스스로를 경계하였습니다. 국어정책과 다문화정책 등의 기초가 될 국어능력 실태조사를 38년 만에 손댄 것이 전자의 사례라면, 스포츠산업진흥법과 문화산업법률지원단 등은 후자의 사례일 것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문화의 우량종 씨앗들을 많이 찾아서 뿌렸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과제들을 여러분의 역량에 맡깁니다. 런던에 이은 해외문화원의 지속적 확충,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차질 없는 건립, 문화콘텐츠기술연구원의 안착, 사간동 기무사 부지의 매입, 관광산업펀드법의 제정, 태안, 무주, 영암, 해남 등 관광레저도시건립, 스포츠국제화재단의 설립, 태권도 공원 건립 등등 수 많은 굵직굵직한 씨앗들이 이제 움트려 합니다. 시작보다는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말로 다 끝내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대신합니다.



이제 저의 몸은 떠나지만 제 마음의 한 자락은 여러분에 대한 우정으로 열어놓을 것입니다. 여러분처럼 든든한 벗과 함께 할 수 있었기에 언제나 믿고 의지할 수 있었고 생각의 갈피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정권 인수기에 문화관광부가 문화체육관광부로 개명되고 국정홍보기능과 콘텐츠 기능을 흡수하는 팽창의 흐름 속에서 국립박물관이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등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던 것은 우리 모두 노력의 결실입니다. 우리 함께 꿈 꾸었습니다. 우리 함께 씨 뿌렸습니다. 우리 함께 꽃 피워냅시다.



저는 새로운 시공 속으로 가면서, ‘길은 다녀서 만들어지고, 사물은 불러서 그렇게 된다(道行之以成 物謂之以然)는 장자의 말씀을 다시 떠올립니다. 여러분과 함께 한 시간들, 그 속에서 쌓아온 원칙과 신뢰와 우정, 이 모든 것들이 공직에 몸담아 오는 시간 내내 큰 위안이자 행운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거듭 고마움을 전합니다. 성을 부수고 나와 길을 만들어 가면서 행복과 경쟁력이 어우러져 춤추는 세상을 만드는데 여러분 모두가 주역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8년 2월 29일 문화관광부 장관 김 종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