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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부 제 8대 장관 김종민

연설문

화이부동(和而不同) - 한중일의 문화삼국지
연설일
2007.09.20.
게시일
2007.09.20.
붙임파일
[제1회 한중일 문화장관회의 연설문]

ㅇ 존경하는 중국 문화부 쑨지아쩡(孫家正) 부장님과 일본 문화청 아오키 타모츠 장관님, 그리고 각국의 귀빈 여러분! 반갑습니다.

ㅇ 한중일의 우호와 선린을 위한 문화교류 증진 및 협력방안, 그리고 이에 대한 비전과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제9회 아시아예술제가 열리고 있는 이곳 아름다운 남통에서 갖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 모임은 3국 문화부 장관들의 첫 공식 모임인 만큼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아울러 쑨지아쩡 장관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태풍을 뚫고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ㅇ 2007 올해는 3국 문화장관회의가 처음 열리는 해이면서 ‘한중수교 15주년의 해’이자 ‘중일수교35주년의 해’, 그리고 3국 정상 간 합의한 ‘한중일 문화교류의 해’로서 민간 및 정부차원에서 문화적 교류가 확대되고 상호협력 분위기를 크게 증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ㅇ 한중일 3국은 동북아 문화권이라는 문화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지정학적 근접성에 의해 인적교류가 크고, 또한 상호협력에 의해 발전, 성숙해 갈 수 있는 이웃들이라고 봅니다. 예컨대 3국은 매(梅)·난(蘭)·국(菊)·죽(竹)이라는 공통의 문화코드를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각국 고유의 문화적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 대나무(竹)는 세 나라의 시(詩), 서(書), 화(畵) 등에 자주 등장하는 상징입니다. 중국에서는 왕휘지(王徽之)가 이 사람(此君)이라고 부를 정도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식물로, 일본에서는 큰 스님(大師)의 상징으로, 한국에서는 혈죽(血竹)과 같이 정절의 표상으로 표현됩니다. 대나무는 사람을 중심으로 하면서 표현은 3국이 각기 달랐습니다.

- 그리고 우리 동양인들은 놀랍게도 서양의 찰리 채플린이 대나무 지팡이를 애용하는 것을 보고 놀라면서도 친근감을 갖게 됩니다. 이는 곧 동양 3국간 그리고 동서양간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가능성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ㅇ 이렇게 “화합은 하되 동화되지 않는다” 는 화이부동의 정신은 오늘날 상호 학습과 협력을 통해 세계라는 글로벌(global)과 동북아라는 로컬(local)을 조화시킨 글로컬리즘(Glocalism)을 달성하는 길일 수도 있겠습니다. 상호학습과 협력의 1차적 수단은 대화이고, 이 대화라는 의사소통의 방식과 공통의 콘텐츠에 대한 발굴은 ‘대화’의 기회를 열어 놓아야 가능해 진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한중일 문화장관회의가 그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ㅇ 3국간의 문화교류는 각기 고유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에 기반한 문화다양성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동시에 동북아시아의 문화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전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로써 근대 이후 수백년간 지속되어온 서세동점 현상으로 표현되어진 서구중심 가치체계가 아시아와 세계가 공동의 번영을 이루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입니다.

ㅇ 최근 세계화 추세와 병행하여 유럽의 EU, 미주의 NAFTA 등 권역별 블록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저긴장?저밀도의 영역에 속하는 문화, 체육, 관광 분야에서의 한중일 3국간 교류와 협력의 강화는 동북아의 공동번영은 물론 최근 아시아 각국을 아울러 보다 큰 아시아적 문화와 가치체계의 편성과 활성화에 커다란 기여와 전기가 될 것입니다.

ㅇ 이러한 의미에서 한중일 3국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적 동질성과 고유한 특성을 사회적 자본(social capaital)으로 삼고, 이러한 문화적 매력을 콘텐츠화하여 세계화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ㅇ 이를 위해 정부적 차원에서는 한중일 문화장관회의가 연례화되고 민간차원에서 문화예술전문가 또는 3국의 대표적 예술대학간의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었으면 합니다.

- 예컨대, 지난 ‘98년 10월 한일 정상간 합의에 따라 구성된 한일문화교류회의가 중국을 포함한 가칭 한중일 문화교류회의‘로 확대 운영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 또한, 3국의 문화교류와 협력을 위해 지난 6월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에서「한중일 문화셔틀」사업의 공동참여를 통한 공동행사 개최에 원칙적으로 합의한바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한국은 금년 10월 개최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중일 특별전”을 개최하고자 합니다. 적극적인 참가를 부탁드립니다. 이를 시작으로 내년, 후년, 그 이후에도 문화셔틀 사업이 계속 발전하여 동북아 지역 문화협력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3국의 적극적 협력이 이루지기를 기대합니다.

ㅇ 또한, 가깝게는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 그리고 2010년 상해엑스포,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등 3국에서 개최되는 메가이벤트(Mega event)가 동북아의 문화적 저력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 이러한 중요행사 때마다 3국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아시아인들의 독자적 경험이 담긴 “우리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문화행사와 이를 역외관광 증진과 연계시키는 방안을 계획, 추진해 나갈 것을 제안합니다.

- 아울러 3국의 메가이벤트 유치 활동에 있어서도 서로 지지·협력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바, 중국·일본에서의 적극적 지지를 기대합니다.

ㅇ 문화와 스포츠는 관광산업의 핵심 자원이며, 동시에 관광은 문화와 사람이 흐르는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문화-스포츠-관광 분야에 있어서 3국이 함께 동북아 권역단위의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국외 여행의 70%가 근거리 여행인 세계적 추세에 비추어 한중일을 단일한 역내 관광권으로 만들어 적극적으로 교류·협력하는 노력이 긴요합니다.

- 3국 역내 관광활성화는 상호간 문화이해의 증대와 신뢰 증진이라는 선순환은 물론, 동북아 공동 관광브랜드 형성, 유럽의 U-rail pass와 같은 단일 티켓 개발 등 이 지역 관광산업의 획기적 진흥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ㅇ 한편, 3국의 문화교류는 특히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문화산업분야에서 한류(韓流)는 한풍(漢風)으로, 또한 한류(韓流)는 화풍(和風)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일본에서 ‘겨울연가’로 시작된 한류는 한국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인기 등 화풍으로 되돌아오고 있으며, 중국에서 ‘대장금’으로 시작한 한류는 한국에서 중국음식 딤섬(点心)의 인기 등 한풍이 되어 돌아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3국간의 쌍방교류는 이 지역 문화예술의 질을 더욱 높여 나가게 될 것입니다.

ㅇ 문화산업은 문화와 CT의 결합으로 문화의 영역을 확장하고, 21세기 나아가 22세기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즉, 문화의 산업화와 산업의 문화화가 더욱 활발해 지고 있는 것입니다.

ㅇ 이러한 문화산업은 저작권을 토대로 발전하는 산업이므로 저작권에 대한 이해와 보호 없이 문화산업의 발전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에 한국정부는 저작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최근 저작권 관련 법개정 추진 등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 저작권에 있어서 3국의 협력은 단순한 저작권 보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유통 등 새로운 저작권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새로운 저작권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 한국은 ‘06년부터 아시아태평양 저작권 포럼을 개최하고 있는바, 중국·일본의 적극적 참여와 협조를 기대하며, 이 포럼이 3국간 인적 네트워크 구성 및 국제 저작권 현안 논의의 장으로 적극 활용되었으면 합니다.

- 또한 이것이 발전하여 한중일 3국의 저작권보호협의체가 구성되기를 기대합니다. 즉, 3국의 저작권 관련 정부기관, 관련단체, 학계 인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국제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합니다.

ㅇ 이와 함께, 3국 문화산업발전을 위해 문화교류의 구심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협력기구나, 동북아시아지역 국가들의 영화 또는 드라마, 게임 등의 공동제작 프로젝트 지원, 미주나 유럽지역 공동배급 및 프로모션을 지원하기 위한 공동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모색되기를 바랍니다

ㅇ 또한, 이러한 기본적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영화·드라마·게임 등 문화산업분야, 미술·무용·음악 등 순수예술분야에서의 3국 공동 기획 및 행사개최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미 3국이 각각 지방도시에서 개최하고 있는 영화제는 아시아국가의 참여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나라가 참여하는 국제적인 행사가 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공동개최도 시도해 볼만 합니다.

ㅇ 문화는 원심력과 구심력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 3국의 문화장관이 뜻을 모으면 이 두 가지 힘은 긍정적 방향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 한중일 3국의 풍부한 문화자산에서 나온 구심력이 Asian Union과 같은 지역연합의 모태역할을 할 수도 있고, 동시에 아시아적 문화가치가 세계적 패러다임으로 확산되는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 문화는 현실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상대를 진솔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을 제공해 줍니다. 3국이 서로 가슴을 열고 소통할 때 공동발전과 번영의 기회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문화교류에서 실현되는 상대에 대한 관용과 이해는 정치, 외교, 군사, 경제 등 고긴장, 고밀도 영역에서의 크나큰 협력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ㅇ 향후 3국이 문화교류를 통해 상호이해를 증진시키고, 동북아가 새로운 문화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다면 문화와 문명의 역사가 오랜 만큼 아직도 뿌리깊게 남아있을지 모를 편견과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창조해 낸 평화와 공존, 그 최선 모델이 될 것입니다. 21세기 3국 공동의 발전적이고 창조적인 미래상을 위해 따뜻한 친구의 손길로 서로를 아껴 나갑시다.

ㅇ 마지막으로, 한국은 2005년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를 제안한바 있었지만, 비로소 한중일 문화장관회의가 이곳 중국에서 성공리에 개최되고 있습니다. 마치 편서풍 지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바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듯이 내년에는 제2회 한중일 문화장관회의가 한국에서 먼저 개최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ㅇ 2008년 한국에서의 제2회 한중일 문화장관회의 개최에 중국, 일본 문화부 장관님들의 적극적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ㅇ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