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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부 제 36대 장관 김종민

연설문

신임 문화관광부 김종민 장관 취임사
연설일
2007.05.10.
게시일
2007.05.10.
붙임파일
존경하고 사랑하는 문화관광부 가족 여러분, 반갑습니다.

여러분에 대한 저의 깊은 애정과 신뢰를 ‘반갑다’는 한마디에 담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온 지난 추억이 눈에 선합니다. 하지만 감회는 뒤로 미루겠습니다. 참여정부 1년을 앞둔 지금 우리들에게 주어진 과제가 긴박하고 엄중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당면과제입니다. 최근 우리나라가 국제대회 개최권을 연달아 따내면서, 평창에 대해 국제여론이 몇 갈래로 나뉠 수 있는 점을 직시해야 합니다. 세계인에게 확신을 주는 대응책이 시급합니다. 지구촌 축제에 기여하는 평창의 효용과 가치를 재인식시켜야 합니다. 더 나은 곳, 더 좋은 곳은 이유가 있다는 점을 알립시다.

넓고도 멀리 내다보는 통찰력으로 디지털 융합 등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콘텐츠 활성화에 필요한 방안의 정립에 부족함이 없어야 합니다.

한미 FTA 문화산업분야 후속 보완대책의 수립과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조치를 취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부단히 수렴하는데 적극 나서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항상 맑은 날씨만을 약속할 수는 없어도, 비가 올 때 우산을 받쳐드리겠다는 약속은 할 수 있어야 하고 지켜내야 합니다.

예술인 정책을 비롯한 기초예술과 전통문화 진흥대책을 강화하는데 소홀함이 없어야하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의 안정적 추진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관광서비스산업의 육성을 위해 필요한 대책들을 조기 집행하며 관광레저도시의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여, 관광수지적자의 개선과 고용의 창출을 위한 활로를 개척해야 합니다. 새로운 국가 관광 브랜드 "Korea, Sparkling"을 널리 알리면서 상표 있는 관광상품 마케팅의 시대를 열어 2010년 외래관광객 1천만명 유치를 실현해야 합니다.

사행산업의 폐해 근절을 위한 대책을 효과적, 지속적으로 집행하며, 효율성과 책임성의 제고를 위한 체육단체의 운영혁신도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문화관광부 가족 여러분!

우리나라는 유라시아 대륙의 관문으로서 해양문화와 대륙문화를 중개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런 지정학적 위치가 우리에게 고난의 시간을 강요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기회이자 축복입니다.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협력체를 구성할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바로 이 때 우리나라가 일본과 중국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깁니다. 일촉즉발의 고밀도-고긴장이 아닌 저밀도-저긴장의 영역, 즉 문화, 관광, 체육 분야에서 우리의 역할이 빛을 발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60년 넘게 섬 아닌 섬으로 남아있습니다. 배나 비행기를 타지 않고는 들어 올 수 없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3세대 넘게 섬 민족이 됩니다. 반도성의 회복은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비무장지대를 생명평화지대로 바꾸고, 북한을 통해 대륙으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가 평양, 의주를 거쳐 TSR, TCR, TMR과 연결 되어 런던까지 가는 날이 하루 빨리 와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아시아 공동체에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문화와 관광의 역량으로 풀어내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필요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갑시다.

문화는 삶의 질입니다. 또한 문화는 국가경쟁력의 원천입니다. 이 두 전제가 만나는 지점에서 저는 여러분에게 두 가지 역할을 요구하고자 합니다. 하나는 ‘상인의 후각’이며, 다른 하나는 ‘친구의 손길’입니다.

이미 그 자체로서 방대한 산업이 되어 버린 문화를 통해서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국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부 부문이 예민한 ‘상인의 후각’을 가져야 합니다. 먼저 국내외 시장 동향을 챙기는 성실한 발과 예리한 눈으로 메가 트렌드의 격동 속에서 새로운 산업을 통찰하고 시장을 설계할 때, 우리의 고객들에게 의미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상인의 후각’을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시장의 법칙을 만들기도, 그 법칙을 집행하기도 어려우며, 심지어 고객들과 대화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급변하는 국내외 시장 흐름속에서 이 같은 자각이 선행되지 않을 때, 우리는 하루 아침에 ‘민폐 끼치는 정부’가 될 지도 모릅니다.

근현대사를 돌이켜 볼 때 우리나라는 문화의 측면에서 ‘수입초과국’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자랑스러운 수많은 문화유산들은 쏟아져 들어오는 외래문화에 밀려 우리의 자존과 함께 뒷전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습니다. ‘한류’는 유의미한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한류는 주목할 만한 문화수출 현상입니다.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는 이제 TV를 걸어 나와 다양한 문화역량들과 결합하고 있습니다. 한류는 우리나라와 아시아를 잇고, 아시아와 세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리의 잠재적 소양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류가 생동하도록 ‘상인의 후각’을 최대한 발휘합시다.

우리가 해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친구의 손길’입니다. 즉 소통의 역할입니다. 소통은 문화의 본질입니다. 이것은 산업의 측면에서 이해 당사자, 또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 못지않게 보다 본질적인 영역을 뜻합니다. 문화의 가치와 즐거움을 우리 국민,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고루 향유하여 행복해질 수 있는 터전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우리 문화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또한 문화정책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노래는 불러야 맛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노래를 구경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같은 노래라도, 한쪽에선 열광하는데 다른 한쪽에선 처음 본다는 표정입니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대중문화든 기초예술이든, 이런 현상은 흔합니다. 문화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유리되어 있으며, 소비자들 역시 분절적 구조 속에서 배타적인 모습을 더해가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세대 격차, 계층 격차를 벌리면서 문화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문화가 나와 너의 낯섦을 증폭시키고 거리를 벌리는 원심력이 되지 않고, 사회공동체의 화해와 소통이라는 구심력이 되도록 보다 사려 깊은 대처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내밀어야 하는 ‘친구의 손길’의 요체는 ‘쉬운 정책’을 만드는 것입니다. 좋은 정책은 국민을 겁주지 않습니다. 쉬운 정책이라고 모두 좋은 정책은 아니겠지만, 좋은 정책은 대부분 쉬운 정책입니다. 우리의 정책고객들이 정책입안과정에 흔쾌히 참여하고, 견해를 스스럼없이 밝히고, 그 결과 애정과 신뢰를 갖고 정책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판을 정확히 읽어내는 ‘상인의 후각’과 간명하고 편안한 이야기로 고객을 안내하는 ‘친구의 손길’이 함께 요구됩니다.

세계는 이미 Web 2.0 모드로 진입했습니다. 사용자가 콘텐츠를 창조하는 시대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소수 전문집단에 의한 공급 위주의 문화는 한계를 맞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문화, 예술, 체육, 관광에 직접 참여하고 생산하며, 스스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집단지(集團知)가 개인지(個人知)보다 낫다는 것도 입증되었습니다. 다양한 대중문화가 고급문화를 고취하고, 다시 고급문화가 대중문화를 이끌어 올리는 상승작용이 건강한 문화생태계를 만든다는 점에 주목할 때라고 봅니다.

문화예술의 우수성은 개인의 자질에 기대기보다 국민의 역량 속에 꽃 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삶이 문화가 되고 문화가 삶이 되는 생활정책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국민적 문화 욕망을 문화예술가들이 적의 흡수하도록 하는 중간 촉매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창조자를 자임할 필요도 이유도 없습니다. 우리는 유능한 문화행정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부뚜막의 소금을 찾아내고 간을 맞추는 일에 충실 합시다.

문화관광부 가족 여러분!

지난해 우리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이제 스스로 자신감을 되찾아 털고 일어서야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엄격해지면서 매일 매일 새로워져 모든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활기찬 조직으로 거듭 태어나야 합니다.

"성을 쌓는 자 망하고, 길을 뚫는 자 흥한다"고 합니다. 현실에 안주하는 공직문화를 쇄신합시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로 무장하고, 적극적이고 기동성 있게 움직여 고객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도덕성과 윤리성, 투명성과 청렴성으로 재무장하고 우량종의 문화 씨앗을 뿌리며, 지속가능한 새 길을 떠납시다. "길은 다녀서 만들어 지고, 사물은 불러서 그렇게 된다(道行之以成物謂之以然)"고 장자는 이미 설파했습니다. 우리는 잘 해낼 수 있습니다.

문화관광부 가족 여러분!

참여정부에 대해서 "일을 벌이지 말라", "시장에 맡겨 둬라" 이런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말들이 여러분들의 헌신과 열정, 그리고 원칙과 공정성에 기초한 정책의지를 퇴색시킬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국가적 창조역량이 샘솟을 수 있도록 숨은 일들을 찾아내야 합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을 지금 합시다.

문화의 이름으로 이 시대에, 그리고 우리들에게 부여된 책무는 막중합니다. 국가경쟁력의 근간과 사회통합의 구심력, 그리고 우리 행복의 원천을 찾아내는 길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고난의 골짜기라도 흥겹게 갑시다. 그 골짜기가 끝나는 곳에 막중한 책무에 걸맞은 우리 문화관광부의 명예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과 그곳까지 가기 위해 제가 앞서겠습니다. 모두 함께 갑시다.

감사합니다


2007년 5월 8일 문화관광부 장관 김 종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