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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부 제 35대 장관 김종민

연설문

산하공공단체장 상견례
연설일
2007.05.15.
게시일
2007.05.15.
붙임파일
오늘 한 자리에서 이렇게 산하공공기관 및 단체장님들을 뵙게 되어서 무척 반갑습니다. 김병익 위원장님을 비롯하여 제가 평소에 존경해 마지 않는 문화계 어른들과 그리고 같이 동고동락하던 동지들 앞에서 말씀을 드리고자 하니 어렵고 쑥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번은 통과해야 할 의례이니 양해를 구하는 심정으로 인사를 드려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많은 혜량이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IMF가 터진 봄, 문화부를 떠나서 들판을 이리 저리 다니다가 10년 만에 돌아 왔습니다. 오랜 시간 끝의 귀향이라 소회가 이것 저것 있습니다만 지금 생각이 나는 것은 ‘시장은 잔인하고, 현장은 처절하다’는 것입니다. 중앙의 책상머리에 앉아서는 느낄 수 없던 야생의 생존 법칙은 잔인과 처절을 거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철 없던 어릴 때 둥둥구리무 장수의 우스꽝스러움을 비웃었지만 지금은 그래야 들판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에게 이제는 존경의 염과 연민의 정을 가슴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취임사에서 친구의 손길과 상인의 후각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다소 생소하시겠습니다만 좋은 정책은 쉬운 정책이어야 하고, 좋은 사업은 쉬운 접근이 허용 되어야 하며, 이렇게 하려면 친구의 손길 같은 깊은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최근 들어 테크놀로지는 급변하고 시장은 요동을 치기 때문에 타성적이고 관행적인 대처로는 때를 놓치기 십상이기에 동물적 본능 같은 대처가 필수적이라고 보아 공직자들도 상인의 후각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장관후보자 시절 4월 어느 날 기적을 경험했습니다. 신고인사를 올리기 위해서 공공단체장님들께 전화를 했습니다. 아침 8시45분부터 9시15분 사이에 33개 기관장실과 직접 통화를 해낼 수 있었습니다. 30분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물론 비서를 시키지 않고 제가 직접 전화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단 3명의 기관장과만 통화가 가능했기에 기적이 일어 났다고 봅니다. 어떤 사무실은 1분30초가 넘게 신호가 가도 받지를 않았습니다. 다시 이런 이적을 체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미국 해군은 세계 최강이고 세계를 제패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힘은 15분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출항 15분전에는 전투배치가 끝난다고 합니다. 8시 출항이면 7시45분까지 함장은 함교에, 기관장은 엔진룸에, 장포장은 함포에, 모든 수병은 자기 위치에 정위치한다고 합니다.

독일의 대학에는 akademische Viertel의 전통이 있다고 합니다. 교수님들이 15분 일찍 들어와서 수업을 시작하고 규정보다 15분 늦게 강의를 마치기 일 수 였다고 합니다. 독일은 세계 기술의 창고가 되었습니다. 리더의 열정과 솔선수범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인간사에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15분 일찍 움직인다면 그 변화의 결과는 나비효과를 뛰어 넘을 것입니다.

세계 최강제국 건설의 주역 돌궐의 명장 톤유쿠크의 묘비에는 성을 쌓는 자 망하고, 길을 뚫는 자 흥한다는 단 한 줄의 글만이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시사하는 바 오늘에도 크다고 봅니다. 현실에 안주하는 공직의 분위기로는 냉엄한 현실 속에서 제 대접을 받거나 종국에 살아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리네 공직의 문화가 바뀌어야 합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로 무장하고 적극적이고 기동성 있게 움직여야 하며 어떤 조건 하에서도 고객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변화를 좇아서 나가야 합니다. 길은 다녀서 만들어지고, 사물은 불러서 그렇게 된다고 장자가 오래 전에 말 했습니다. 우리가 나서면 길은 만들어 지게 되어 있고 우리가 소신 있게 하면 잘 한다고 고객들은 화답할 것 입니다.

저는 임기가 내년 2월 24일로 정해져 있어서 오히려 홀가분합니다.
짧지 않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마음 먹기 나름이라고 봅니다.
하루를 2배로 쓰면 20개월, 3배로 쓰면 30개월이 주어진 것과 같다는 각오로 하겠습니다.

얼마 안 남았는데 일을 벌이지 마라, 시장에 맡겨 둬라 이런 말씀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런 권유가 우리의 열정과 헌신을 결코 퇴색시킬 수 없습니다. 지금 할 일은 지금 합시다. 여기 자리 함께 하신 단체장님들 대부분이 저와 처지가 비슷하리라고 봅니다.

우리는 어쩌면 운명공동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함께 뜻을 모으고 손에 손 잡고 매일 혁신하면서 하루를 살아도 천년을 사는 것처럼 같이 헤쳐 나갑시다.

말씀 안 드려도 다 아실 이야기를 기라성 같으신 분들 모시고 해야 하는 저를 너그럽게 깊이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