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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부 제 92대 장관 김명곤

연설문

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
연설일
2006.09.14.
게시일
2006.09.14.
붙임파일
한국문화의 세계화

1. 들어가는 말
안녕하십니까?
올 여름은 유난히도 무덥고 폭우도 심하더니 어느새 가을바람이 분주합니다.
한해의 땀과 노력이 결실을 맺는 이 가을에, 존경하는 이수완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을 비롯한 회원 여러분을 모시고 「한국문화의 세계화」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날 지구촌은 인류 문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아 지난 세기와 다른 새로운 문화적 풍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죽었던 강들이 살아나고, 사라진 새와 물고기들이 돌아오는 생태환경의 변화처럼 문화의 생태지형도 소수 민족의 문화와 잊혀진 신화들이 소생하며, 세계화가 국가의 울타리를 무너뜨린 대신에 민족 고유의 문화적 독자성 또한 형형색색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지가 “한류 물결 속의 일본 여성”이라는 제하로 1면에 다룬 ‘한류’ 문제 역시 그러한 문화현상의 일례가 아닌가 합니다.

2. 한류 현상
우리의 영화와 음악, 드라마가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끌면서 시작된 한류 현상은 어느 순간 미국의 헐리우드와 대비되는 새로운 문화코드로 인식되면서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견인해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국가 이미지의 향상은 물론 경제동향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문화콘텐츠 산업과 함께 다른 분야의 매출도 증가시켰습니다. 놀라운 문화적 파도요, 격류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류라는 표현은 절묘하게도 문화를 물의 흐름에 비유하고 있는데, 물은 스스로의 힘으로 솟아 나와서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며, 빈 곳은 채우고 차면 넘칩니다. 인류가 존재하는 모든 곳에서 문화는 흐르는 물처럼 발흥하면서 융성하고, 노쇠하면서 퇴락합니다.
당연히 한류에도 흥망성쇠가 없을 리 없고, 그 지속성 여부도 일말의 염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아직 대중문화산업의 특정분야에만 치중되어 있다는 점, 뿌리가 깊지 않으며, 다양한 콘텐츠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은 우리 문화관광부를 고민에 빠뜨리는 어려운 숙제입니다.
그렇습니다. 근원이 없는 물이 멀리 흐르지 못하듯이, 한류를 샘솟게 할 문화생태의 기반이 취약하다면 한류는 정말 한때의 ‘유행’으로 지나가고 말 것입니다. 한류를 대할 때 우리 문화의 근원적 생명력은 등한시하고 산업적 육성에만 집착하는 것은 문화와 예술의 발원지는 방치하고 최전선만 확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뿌리는 허약한데 열매만 많이 맺기를 바라는 억지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문화관광부는 한류를 우리의 전통문화와 기초예술 전 분야에까지 확대하고, 해외마케팅 지원 및 네트워크 구축을 통하여 지속적인 확산을 꾀하며, 상호문화교류를 통하여 21세기의 성장 동력으로 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3. 제기된 문제의 극복 방안에 대하여
이제부터 문화관광부가 그 과제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설명해 드릴까 합니다.
한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문화관광부가 가장 중시하는 정책의 하나는 ‘한국 문화원형의 발굴과 디지털화’입니다. 오늘날 한국문화의 어떤 분야들은 유럽의 발전된 시스템에 육박하고 있으며, 어떤 측면에서는 그것들을 능가하는 미래지향적 특성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지난 세기에 우리 문화의 원형들을 파괴하고 망각했으며, 전승하고 현대화하려는 노력도 소홀히 한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제 한류로 인해 우리의 전통문화는 전혀 다른 차원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문화관광부는 한국의 설화, 민속, 의례, 국악 등의 원형발굴과 디지털화를 통해 한류 콘텐츠의 창작소재를 더욱 풍부하게 할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문화콘텐츠인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등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였고, 그 소설의 배경이 되는 것이 유럽의 신화라는 점입니다. 「라이온 킹」「뮬란」「알라딘」「헤라클레스」등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도 대부분 유럽이나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의 신화를 원형으로 삼아 응용하고 창작한 작품입니다.
이처럼 전통문화에 바탕을 둔 문화원형은 이미 세계적으로 문화콘텐츠 창작의 중요한 모티브로 활용이 되고 있고, 차별화된 작품으로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음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민족문화 원형의 공연화나 디지털화 작업을 통해 영화, 게임 등 현대적 활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기를 끈 영화 「왕의 남자」에서는 조선후기 한양도성의 복원을 통한 ‘디지털 생활사 콘텐츠’ 개발 결과물을 제작과정에 활용하였고 TV드라마 「주몽」에서는 고대국가의 건국설화 이야기 중 ‘고구려 고분벽화 콘텐츠’ 개발 결과물을 활용한 바 있습니다.
또 한 사례로 「제주 돌 문화공원」은 기존의 박물관과는 달리 제주도의 대표적인 신화를 테마로 설정하여 돌 전시와 공연, 미술품 전시 등 아트 콤플렉스로 조성되고 있는데, 아직 완공되지 않았는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통에 제주도의 대표적인 탐방코스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신화나 전설이 어떻게 문화콘텐츠로 개발되는지에 대한 좋은 모델입니다.

4. ‘한 브랜드’와 ‘아시아 동반자’ 사업
한류의 지속적 성장을 위하여 문화관광부가 중시하는 또 하나의 정책은 ‘한 브랜드’ 육성사업입니다.
문화에는 시간의 크기와 넓이와 폭이 깊이 담겨 있어야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오래된 것이나 고유한 것을 지금 우리가 현존하는 현재의 자리로 끌고 오지 못하면 폐쇄적 복고주의가 되고 말 것입니다.
‘한 브랜드’ 사업은 전통문화 자원을 현대적인 문화명품으로 육성하려는 프로젝트로서 한글ㆍ한식ㆍ한복ㆍ한옥ㆍ한지ㆍ한국음악 등 우리의 대표적인 전통문화를 콘텐츠화하여 생활화, 산업화, 세계화, 브랜드화 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한(韓)브랜드(6H Brand)’의 상품화와 해외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분야별 선도사업 추진, 제도정비, 인프라 확충 등을 적극 추진하여 한국 대표 문화브랜드를 만드는 사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실행되고 있습니다. 그 사업의 한 예로 세계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2006 한(韓)브랜드 박람회’가 개최됩니다.
저는 이 박람회가 전통문화 관련 업계의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의 장으로써, 앞으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브랜드 박람회로 자리 잡아서 우리 문화의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또 하나 중시하는 정책이 ‘아시아 문화동반자 사업’입니다. 한류가 일방적인 문화 진출이 아니라 아시아적 문화가치를 담은 문화교류라는 인식을 전하기 위해서는 교류와 협력을 통한 동반자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 아시아와 친구가 되기 위해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 사업은 현지의 우수한 문화예술인을 초청하여 문화를 통해 아시아와 호혜적 협력관계를 정립하고자 하는 사업입니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몽골 등 18개국으로부터 105명을 반년 내지 1년 동안 초청하였으며, 금년에는 초청대상을 확대하여 20여개 국에서 150명을 초청하였습니다.
앞으로 문화동반자사업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계속 확대 할 예정이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문화축제 개최 및 가이드 북 제작, 보급 등 문화적 배려를 강화하며, 아시아 영상물에 대한 교류사업도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처럼 아시아 각국의 젊고 유망한 문화, 관광, 체육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상호교류를 통해 문화예술 역량을 확대하고 발전시키는 일을 계속해간다면 아시아 국가들의 친밀도와 신뢰감도 커지고 세계무대에서 우리문화의 입지도 확충되리라 생각합니다.

5. 열린사회를 만드는 열린 문화
그리고 문화관광부가 또 한 가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 중에 ‘다문화사회 진입에 대비한 문화적 지원’이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규모 확대 및 저출산ㆍ고령화의 영향으로 온누리안(혼혈인), 이주민 등이 급격히 증가하여 한국 사회도 머지않아 본격적인 다문화사회로 진입할 것이 예상됩니다. 그에 대한 문화적 준비가 요청되는 가운데, 특히 올해 초에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한국계 혼혈인 하인즈 워드(Hines Ward)의 방한으로, 혼혈인과 이주민에 대한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의식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와 더불어 다인종ㆍ다문화사회를 준비하자는 논의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습니다.
한국보다 먼저 다인종ㆍ다문화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유럽과 미국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쳐 이주민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법ㆍ제도적 지원방안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가령, “우리는 노동력만을 원했는데, 인간들이 왔다.”라는 말로 압축되는 독일의 경험은 이주민에 대한 대책이 경제적 문제를 넘어, 사회ㆍ문화적인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할 어려운 문제임을 잘 설명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업들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나, 이주노동자축제
문화관광부에서는 이주노동자의 문화체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이주노동자축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축제는 지난해 시청앞 광장 행사에 이어 올해 6월에 올림픽공원 일원에서 개최되었습니다. 그 날 하루 행사에 이주노동자 이만 명, 내국인 만 오천 명 등 약 3만 명의 내외국인이 참여하여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을 체험하였습니다.
이주노동자축제는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대전 등 전국 14개 지역에서 지역특화축제사업으로 연중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들이 더욱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 나갈 계획입니다.
지난해 10개국 언어(한국어, 영어, 중국어, 인도네시아어, 필리핀어, 방글라데시어, 몽골어, 네팔어, 태국어, 베트남어)로 발간하여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습니다.
이에 올해는「이주노동자 문화가이드북」을 나머지 7개 언어(미얀마어, 스리랑카어, 우즈베키스탄어, 이란어, 캄보디아어, 파키스탄어, 러시아어)까지 제작하여 배포하여 명실상부한 ‘한국생활 길라잡이’가 될 수 있도록 보완해 나갈 계획입니다.
둘, 지구촌 딸들의 문화사랑방
최근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그 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안정적인 현지 적응을 위해 지난 7월부터 결혼이주여성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10개 지역의 지방문화원이 주축이 되어 ‘지구촌 딸들의 문화사랑방’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동화 구연, 마을설화벽화 만들기 등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이 함께 참여하는 시범사업을 통해 이들이 한국 사회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겠습니다.
이와 함께 결혼이주여성의 한국어 교육을 위해 여성가족부와 함께 ‘한국어교육을 위한 기초ㆍ중급 교재 개발’, ‘한국어 교실 지원’, ‘한국어 강사 교육지원’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6. 그 밖의 사업들
한국 문화가 지금보다 더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보다 개방적인 자세로 많은 국가와 교류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 일환으로 뉴욕, 파리, 동경, LA의 4개 문화원에 이어 금년에도 하노이, 북경, 상해, 오사카, 부에노스 아이레스, 런던, 모스크바, 베를린에 한국문화원을 신설하여 도합 12개의 해외 한국문화원이 설치됩니다. 그와 함께, 기존 문화원을 문화예술, 문화산업, 관광이 상호 연계된 종합 서비스센터로 확대할 것입니다.
한국문화원의 확충 및 증설을 계기로 그동안 단위사업 위주로 추진되던 문화원 운영을 국가별 여건에 맞게 특화하고 주재국 국민의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한글 보급사업도 활성화될 것입니다. 그동안 지속적인 한국 문화의 확산 노력으로 중국, 몽골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한글을 포함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문화관광부는 한국문화원을 통하여 해당 국가와 언어, 문화의 상호 교류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한류 분위기를 확산하고 문화 산업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자 합니다.
2006년에는 먼저 해외의 한글과 관련된 인적, 기관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2007년부터는 이들 기관에 인적·물적 지원과 함께 현지인 한국어 교사들의 한글과 한국 문화에 대한 연수 기회를 확대하여 이 분야의 전문가로 양성하는 사업을 펼칠 계획입니다.
또한 동북아, 동남아의 주요 지역인 중국(북경, 상해), 베트남(하노이)의 한국문화원과 그 지역 한글교육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5~6곳에 ‘한글문화학교’를 개설하여 국내 한국어 전문가를 파견하고 표준 교육 과정을 제공하는 등 한국어·한국문화 보급에 힘쓸 생각입니다.
2008년부터는 몽골, 구러시아 지역 등 아직 한국문화원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까지 한글문화학교 개설을 확대하고, 이를 중심으로 각 지역 한글교육 관련 기관들이 참여하는 ‘한글문화교류협의회’를 결성하여 한류 및 문화 산업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처럼 향후 몇 년간 지속적으로 해외 한국문화원을 증설하고 지원함으로써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 국가 등과의 문화교류를 확대하는 ‘경계를 넘는 소통의 문화행정’을 펼칠 것입니다. 한편, 2006년 한불 120주년 문화행사와 같은 국가간 교류사업을 강화하여 한국 문화의 위상과 국가이미지를 한층 높여나갈 계획입니다.
이상 말씀드린 바와 같이 문화관광부는 민족문화의 원형탐구로 미래를 열고, 한브랜드와 해외 한국문화원 활성화로 경계를 넘어, 다문화시대에 부응하는 문화적 지원으로 한국문화의 세계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7. 맺는 말
지상에는 수없이 많은 자연과 종족이 있으며, 그 일원인 인간에게는 각기 ‘고유의 문화’가 있습니다. 바로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문화의 물줄기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그 흐름을 바탕으로 지구촌의 주인이 되며, 또 다른 이웃들과 마음을 소통하고 이해를 넓히는 시대가 21세기가 아닌가 합니다.
우리 문화관광부는 이 같은 시대에 발 빠르게 적응하며, 세계 속의 한국, 동북아의 문화 중심국으로 도약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모쪼록 외신기자 여러분께서도 한 번 맺은 소중한 인연인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데에 힘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오랫동안 경청해주신 외신기자 여러분, 그리고 오늘의 소중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