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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부 제 123대 장관 김명곤

연설문

당나귀 그림자 재판 까메오 출연 축하 글
연설일
2006.06.02.
게시일
2006.06.02.
붙임파일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첫째 권 <스왕네 집 쪽으로>를 보면, 한 소년이 자기가 좋아하는 소녀가 사는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입을 맞추는 장면이 나옵니다. &#34;이 바람은 방금 그 애의 곁을 지나온 것이다. 소곤거리는 바람 속에 그 애에게서 오는 무슨 소식이 담겨 있을 것이다.&#34; 그래서 바람이 불어올 때 스왕은 간절한 마음으로 거기에 입을 맞추는 것입니다.

언제부터인지 연극계 소식을 들을 때면 저는 꼭 스왕과 같은 마음이 되고는 합니다. 그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입이라도 맞추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번에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기금마련을 위해 올리는 공연 <당나귀 그림자 재판> 소식을 들을 때도 가슴에 남은 ‘미완성적 허기’가 꿈틀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땅의 수많은 연극인들이 그랬듯이 저도 오랫동안 무대를 향한 열정이 아무리 커도 다 덮을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연극계 현실에 시달리며 살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경제강국의 반열에 들고 복지국가의 대열에 어깨를 맞대고 있지만, 연극인들은 아직도 가난한 나라 소외계층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 연극과 공연예술의 위상에 맞는 복지 개선과 법제 개편이 요구되며, 문화관광부에서도 오래 전에 사회복지의 차원에서 연극인들의 창작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마련에 나서야 했지만 아직도 현실은 아쉽기만 합니다.

그러한 가운데 지난해 5월, 척박한 연극 창작 환경을 극복하고자 설립한 (재)한국연극인복지재단은 짧은 기간 동안에 많은 열의와 헌신을 보이면서 연극인뿐만 아니라 기초예술에 종사하는 분 모두에게 커다란 힘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빌려 박정자 이사장님을 비롯한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의 모든 분들, 그리고 기금 마련에 나선 장두이 연출 및 스텝들, 연습과 공연에 많은 시간을 내주신 배우들께 감사 드리며, 이 공연의 취지에 동참하여 까메오 출연까지 해주신 사회 각계 지도층 인사들께도 큰 절 올립니다.

<당나귀 그림자 재판> 공연의 성공과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006년 6월 9일
문화관광부장관 김명곤